학원에 문들 열고 들어가 불을 켜고 사무실에 앉았는데 컴퓨터 모니터 앞에 귤차가 있었습니다. 유기농 귤차란 거창한 이름을 달고서. 이 귤차가 뭐지? 얘가 왜 여기에 있지? 부원장 선생님이 함께 오지 않아서 바로 물어 보지 못했습니다. 수업을 한참 하며 귤차에 대해 잊고 있었는데 부원장 선생님이 먼저 귤차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 귤차는 초등학교 5학년반 인경이가 만들어 갖다 주었다고 합니다. 어린 초등학생인데 선생님을 위하는 마음 씀씀이가 기특합니다. 부원장 선생님한테 귤차를 끓여 먹자고 하니 싫다며 귤차를 갖고 가버렸습니다. 엄청 부러웠습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왜 갖고 오는 게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수업 들어가서 애들 하나 하나 붙잡아 놓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거 한 가지씩 가져 오라고 말해야 겠습니다. 가져올 것 후보들을 칠판에 가득 써 줄 겁니다. 아이들이 가져 오면 나도 부원장 선생님에게 자랑 실컷 하고 주지 않을 겁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맞죠? 근데 그러다 부원장 선생님이 삐지면 어떡하죠? 우리 학원하는 사람들은 애들의 선생님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학원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즐겁게 수업했고 그 기분 그대로 따뜻한 마음이 담긴 귤차를 생각하며 글 한 줄 남깁니다.
"인경아, 귤차 고맙다. 날씨 탓에 목이 칼칼했었는데 잘 되었다. 부원장 선생님하고 맛있게 잘 마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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