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Just as we fear parting when we meet, so we believe we will meet again when we part.
학원 컴퓨터 책상 위에 미니 선풍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구입한지 4년이 넘었지만 멀쩡히 잘 돌아갑니다. 막내아들 녀석 병원에 입원했을 때 사서 썼던 것입니다. 퇴원할 때 옆 침대에서 간병하던 아줌마가 팔고 가라 하는 것을 너무 싸게 불러 꺼들고 나왔었습니다. 매년 여름이 되면 보조 선풍기로 잘 쓰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에도 잘 썼습니다. 아줌마에게 팔지 않은 것은 참 잘 한 일입니다.
너무 작아 그냥 지나쳤던 것일까요? 오늘 문득 책상 위에 있는 선풍기를 발견했습니다. 선풍기를 툭툭 몇 번 쳐서 묻었던 먼지를 털어내고 늘어진 줄을 전선끈으로 잘 묶었습니다. 가지런한 모습에 사진 한 장 찍어 주었습니다. 미니 선풍기 커버를 사서 씌워 줄까 생각도 해봅니다. 미니 선풍기 커버를 만들어 씌어준 사람도 있던데 지극 정성입니다. 집사람에게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볼까요?
이제 어두컴컴한 창고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창고로 쓰는 베란다가 꽉 찼지만 미니 선풍기 하나 들어갈 자리는 있을 겁니다. 지금은 거기가 자기 자리입니다. 넉넉잡고 5개월만 있으면 내년 늦봄쯤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씌웠던 커버 벗고 멋진 자태로 다시 쌩쌩 돌아갈 것입니다. 헤어짐에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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