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은 조선 후기 시인으로 본관은 안동, 자는 성심, 호는 난고이다. 그는 과거에 응시하여 김익순의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답을 적어 급제하였는데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벼슬을 버리고 20세 무렵부터 방랑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삿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전국을 방랑하면서 각지에 즉흥시를 남겼다.
왜 그의 시집이 집에 있었는지 모른다. 중학교 때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책을 들어 보니 김삿갓 시집이었다. 김삿갓 생애와 꽤 많은 그의 시들이 들어 있던 그 책을 나는 무척 여러 번 보았다. 딱히 읽을 책이 없으면 집어 들어 읽었다. 참 꼼꼼히도 김삿갓 시집에 있는 시의 의미를 짚어가며 읽었다. 그의 삿갓을 써야 하는 운명과 주책 맞을 정도의 재기 넘치는 그의 시들에 무척 끌렸었다.
그는 문자를 맞추고 글자의 고저를 따지고 또 화조월석(花鳥月石)이나 음풍농월만을 따지는 한시를 거부했다. 비록 칠언고시 따위의 형식을 빌려 운자를 달았으되 그가 다루는 주제는 모두가 항간의 일이었고, 그의 시어에는 더러운 것, 아니꼬운 것, 뒤틀린 것, 속어, 비어가 질펀하게 깔려 있었다. 김삿갓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의 얘기 속에 자기 생각을 담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간만에 백구(白鷗)라는 시를 본다. 백구는 흰 갈매기란 뜻이다.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느낌이다. 대구와 대조를 통해 바다 정경을 잘 그려 냈다. 모래, 갈매기, 어부, 바다의 모습이 사뭇 정겹다. 서로 자연스런 소통이다. 한 때는 김삿갓처럼 방랑하며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한 참 전의 일이다. 문학 소년이던 그때가 새롭다. 아, 이만큼 세월이 흘렀다.
白鷗
沙白鷗白兩白白 사백구백양백백
不辨白沙與白鷗 불변백사여백구
漁歌一聲忽飛去 어가일성홀비거
然後沙沙復鷗鷗 연후사사복구구
흰 갈매기
흰 모래 흰 갈매기 둘 다 희고 희니
흰 모래와 흰 갈매기 분별이 어렵네
어부 노래 한 곡에 홀연히 날아가니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이네
Song of the White Gull
White sand, white gull―white, both white
Sand and gull, white, indistinguishably white,
The fisherman's song makes it fly suddenly in air
And sand is sand and gull is gull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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