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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 원장 칼럼

예의{禮儀) 실종 사건

그제부터 있던 감기 기운이 남아 있어 약간 늦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감기도 쫓을 겸 잠에서도 깰 겸 원두 커피 한 잔 타서 마시면서 글을 씁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아직도 어제 일로 기분이 개운치 않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에서 '예의'라는 말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라고 나옵니다. 요즈음 이 예의가 실종되는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예의는 남에 대한 배려에서 나옵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적은 세상이다 보니 예의도 많이 실종되었나 봅니다. 내 것만 중시하니 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남이고 남이 나임을 알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어제 일은 이랬습니다. 수업을 한 참 하는데 대체 공휴일에 유일하게 안 온 학생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다니다가 그만둘 수도 있으니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으려 하니 근처 다른 학원 괜찮은데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건 뭔 시추에이션? 다니던 학원에 근처 학원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 얘기였습니다. 경우가 아닌데! 기본적인 예의를 몰랐습니다. 학부모님 아녔으면 버럭 화를 냈겠지만 딸내미를 믿고 맡겼던 학부모인지라 추천해 줄 수 있는 학원이 없다고만 했습니다. 속으로는 학원 오래 하다 보니 별 일이 다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학원 너무 오래 했나 봅니다.


그 학생은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한 동안 웹툰에 빠져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소속 반의 다른 학생들보다 실력이 부족해 선생님들이 꽤나 신경 쓰며 가르친 학생이었습니다. 다른 학생 가르치는 것보다 두 배는 힘이 들었습니다. 이 학생 때문에 진도에 문제가 생겨 선생님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엄마는 학원에 종종 전화해서 수업 흐름을 끊었습니다. 고등학교 배정 문제로 1월 1일에는 전화를 수차례 걸어서 정신 산만하게 했습니다. 고등학교 배정 신청이 끝났는데 어찌하겠다는 얘기인지 헷갈렸습니다. 자기 것만 보이고 남의 사정은 개의치 않는 그런 학부모였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학생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어머님한테 전화가 왔던 겁니다. 그리고 갈 수 있는 근처 학원 알려 달라는 말을 들은 겁니다. 예의도 없고 염치도 없게. 답안지는 찾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원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을 먹고 삽니다. 학원해서 떼 돈 버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고만고만하게 살아갑니다. 대명학원은 학원생들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올려 주려고 애쓰는 선생님들, 공부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에도 신경 써 주려는 부원장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내주시는 수강료가 아깝지 않게 가르쳐야 한다며 선생님들을 다독이는 원장이 있어 행복합니다. 대명학원은 남에 대해 배려하며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며 앞으로도 그런 합일체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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