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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 원장 칼럼

고물이 보물이다.

 

집에서 쓰는 내 컴퓨터다. 10년 전쯤 구입했다. 조카가 컴퓨터 관련 일을 해서 조립해줬다. 컴퓨터 프로세서는 intel(R) Core(TM) 2 Quad CPU Q9550이다. 운영체계는 Windows 7이다. 게임은 안하고 그래픽 작업도 거의 안 하니 사무용으로는 아직도 현역으로 쓸 만하다. 연식 오래된 내 모습과 같다.

 

얘가 가끔은 말썽을 부린다. 파워 버튼을 누르면 잠깐 있다 뚜뚜뚜~ 소리가 난다. 산지 3년쯤 되어 이 증상이 생겨서 용산 컴퓨터점에 들고 갔다. 메인보드가 문제인데 임시방편으로 고쳐줄 테니 한 번 더 이런 증상이 생기면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후로 2, 3년 잘 썼다.

 

또 다시 이 녀석이 뚜뚜뚜~ 소리를 내며 말썽이었다. 거기에 지 혼자서 켜졌다 꺼졌다 하는 증세가 새로 생겼다. 가져가면 메인보드 바꾸라고 할 거고 어떻게 하지? 예전에 TV 안 나오면 두드려 고쳤던 생각이 났다. 하드통을 두드렸다. 예상대로 안 되었다. 그렇지. 될 걸 해봐야지.

 

돈 들어간다는 생각에 열이 받았다. 이왕 고장 난 건데 좀 더 세게 쳐 보자. 처음보다 엄청 더 쎄게 하드통 아래쪽을 때렸다. 자전거 체인 빠져서 끼우고 페달 돌릴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나며 컴퓨터 윈도우가 시작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나야 모르지. 그냥 됐으니까. 컴퓨터가 안 될 때면 이제 손바닥으로 하드통을 때린다.

 

하도 많이 때려 미안해서 오늘은 사진 한 장 찍어 줬다. 내 컴퓨터 안의 모습이다. 집사람이 지나가다가 물어 본다. 또 컴퓨터 안 돼요? 오늘은 지 녀석도 기분이 좋아서인지 잘 돌아간다. 물론 컴퓨터 켜고 10~20분 동안 인터넷 속도가 느린 증상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제 익숙해져 참을만하다.

 

앞으로 10년은 더 써야 할 텐데 가능할까? 가능할 것 같다. 인터넷 검색하고 워드 작업만 한다면 높은 사양은 필요 없으니까. 손바닥 신공이 얼마 동안 먹힐지 모르겠지만 토닥토닥거리며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이 컴퓨터와 함께 해야 겠다. 그리 구박하는데도 큰 불평 없이 잘 돌아가는 내 컴퓨터가 나에게는 소중한 보물이다. My Computer, 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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